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우린 대림동을 좋아한다

우리의 신혼은 난곡동 아파트에서 시작했다
둘 다 가난한 자취생인 상태에서
처음 살아본 아파트는 대단한 만족감을 줬다

뭐가 없었던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자
독하게 지방에서 올라와 한 푼 두 푼 모은다고 독해진 여자

우리들은 같은 회사에서 만나
연얘를 시작했다

난 꽤 인기가 있었는데
일찍부터 머리가 트여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하려 헬스장에 등록하고 운동을 하다
남편을 만나고
눈이 돌아 결혼까지 해버렸다

그렇게 돈을 생각하지 않았던 결혼이었는데
낡고 낡은 자취방에서 둘이 모은 돈과
빚으로 처음 살아보는 아파트는 정말
성공한 기분까지 들었다

물론 전세였지만
10년 자취를 하다 둘이 도와가며 사는 하루하루는
행복한 나날이었다

아이가 생기고 낳고 한 달 뒤
집주인이 한 달 안에 나가달라고 연락이 왔다

그때는 전세가 없어 100군데를 전화해도
100군데가 없었고 구했다 싶으면 바로
계약이 되어 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사게 된? 신대방동 아파트
그 앞은 바로 대림동이었다

그때
우리가 행운이었던 것

그때 어쩔 수 없이 집을 사게 됐고
그 집으로 재산을 늘릴 수 있었다

아이를 낳으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는데
그때 우리가 일하는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때 만난 아파트에 중국언니
애를 낳고 데리고 대림동 식당을 찾아가 봤다
그때 먹어본 쯔란양로우, 지삼선이
우리 부부의 소울푸드가 되었다

아이를 재워놓고 둘이 헤헤거리면서
먹던 그 꿀맛 같은 휴식시간과 매운맛, 기름맛

우리는 술도 마시지 않아 그런 게
평소의 일탈이었다

이제는 아이가 12살이 되어
모든 걸 같이 먹고 있는데

가끔 생각난다
지금은 판교에 살고 있어 먹을 기회가 많지 않아

일부러 대림동까지 가서 찾아봤다
신대방을 떠난 지 6년

많은 게 달라졌다
쯔란양로우를 찾아보다 나온 팔선 반점
대림동이 영화나 다큐에서 나올 때 무섭다고 하는데

막상 사는 걸 보면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
그리고 중국사람들이 좀 더
정이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겠다

요즘 가면 아이가 있다고 한 접시
드셔보라며 한 접시

이런 거 한국식당은 없어진 지 오래
중국 식당은 정이 있다 그걸 아는지 모르겠다
대림동의 음식점들의 위생은 점점 좋아지는 거 같다


자리를 치우면 알코올로 닦는 게 일반적인듯하다


우리나라의 mz가 서빙하는 음식점 보다
좀 더 친절하달까

저 조기조림이 아이가 있다면서 서비스로 주신 요리이다

지삼선이 나왔다
감자, 가지, 피망의 조합
안 먹어봤다면 추천한다

아무래도 맥주랑 먹으면 딱 좋을 조합

이게 바로 쯔란 양로우다

쯔란과 양고기 볶음
이걸 먹겠다고
판교에서 대림까지 왔다

내가 중국 갔을 때 자주 먹었던
홍소육

한국음식이 다채로운 것도 맞지만
중국의 음식은 정말 지역마다 다채로움이 있다

지삼선과 쯔란은 북부 쪽의 음식이라고 한다
애 키우는 엄마들이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릴 맛인데 이거 아무 데서나 팔지 않아 아쉽네

무섭다고 생각하는 대림동의 이미지가 아닌
사람 사는 동네인 대림동이라고 생각하면

멀리 가지 않고 해외여행을 간 느낌을 낼 수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쉽게 먹어볼 수 없는 요리들을
너무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메뉴도 해석돼있으니까)

그리고 이번에 가서 느낀 거지만
우리나라사람들이 생각하는 중국사람들의 이미지보다
이제는 좀 발전을 많이 해서 많이 깔끔해진
인식이 있는 중국사람들이 된 것 같다

우리는 그래서 가끔 대림동에 간다
소울푸드도 먹고 새로운 분위기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다들 용기 내시길